지리 삼신봉
지리 삼신봉(1288m)
산행일 : 2006. 06. 11. 일. 맑음
소재지 : 경남 하동군
참가자 : 영남산악회원
산행로 : 청학동매표소(10:40) - 삼신봉(11:45-50) - 내삼신봉(12:20-30) - 쇠통바위(13:45) - 불일폭포(15:20) - 쌍계사주차장(16:30) 약 6시간
전날 중부지방을 강타한 강풍과 폭우 그리고 우박의 소식은 산행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과연 내일 날씨는 어떨지??? 산행에는 지장이 없을지??
아침에 일어나 하늘부터 올려다 본다. 구름은 짙게 끼어있으나 비가 올것 같지는 않다. 꾸려놓은 배낭을 둘러매고 마누라 차를 얻어타고 시민회관으로 향한다. 산악회 일요일 산행은 처음이라 어떨까 했는데 과연 평일과는 다르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과 차량이 시민회관 앞을 메우고 있다. 영남산악회 은성관광버스를 찾아 자리에 앉는데 누군가 아는체를 한다. 해운대 전기에 근무하는 모씨다. 이름은 지금도 모르겠다.
눈에 익은 지리산의 자락을 돌고돌아 청학동 푸른골짜기에 내려 놓는다. 청학동 도인들이 사는 곳이라 그런지 푸른학이 날아 오를것 같은 기운을 느낀다. 산행을 온 팀이 여럿이다. 매표소를 지나면서부터 밀리기 시작한다. 워밍업내지는 페이스 조절이라 생각하고 천천히 앞사람의 뒤를 따라 오른다. 짙은 녹음으로 물든 숲길옆으로 계곡의 물소리가 시원하다. 전날 내린비로 땅이 촉촉하게 젖어 있어 약간 미끄럽기도 하지만 먼지가 나지 않아 좋다.
물소리를 들으며 잠시 올라가자 밀리기 시작한다. 계곡의 물길을 따라 한사람만이 근근히 지날 수 있는 산죽이 푸르게 자라고 있는 오름길이라 더디게 올라간다. 약 15분을 걸어 샘터에 닿는다. 몇몇은 물맛을 보면서 쉬기도 한다. 그대로 걸음을 재촉해 올라간다. 경사가 더욱 심해지고 돌로 만든 계단이 숨을 막히게 한다. 항상 그렇지만 오르막에선 최대한 빨리 이동한다. 심장의 박동이 최고조에 달해 뻐근해질때까지 힘껏 내달린다. 땀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고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빨리 올라보면 가슴이 시원해진다.
앞서 가는 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위험하지 않게 추월을 하여 안부에 닿는다. 갓걸이재라 한다. 여러명이 쉴수 있는 공간이 있다. 잠시 서서 휴식을 취하며 물을 마셔 수분을 보충한다. 옆에서 하는 말을 들으니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10분 남짓 걸린다고 한다.
재를 출발해 정상을 향해 출발한다. 역시 짙은 녹음과 수풀이 좌우로 햇빛을 막아준다. 잠시후 시야가 시원하게 터지면서 정상부가 보이기 시작한다. 고산에서나 볼 수 있는 고사목이 이곳에서는 많이 보인다. 정상밑 안부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바위를 타고 오르니 사방이 시원하게 조망되는 삼신봉의 정상이다.
11:45분, 정상도착.
산행로 초입 자연석에 새겨놓은 삼신산에 대한 글귀가 생각난다.
‘만고강산 유람할제 三神山이 어디메뇨.
우리 겨레의 가슴에 깊이 새겨있어 불행과 역경이 있을 때마다 찾아가 기복하던 산’이라고.
예전에는 불행과 역경이 있을때 찾아가 천지신명께 복을 기원하며 빌었던 영산이었고 지금은 많은 산꾼들에게 장쾌한 지리산의 주능선을 조망할 수 있는 남부능선의 주봉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삼신봉의 정상에 서니 우선 시원한 바람이 전신을 식혀준다. 구름이나 안개가 전혀 없어 일망무제의 조망이 소름끼치듯 짜릿하게 펼쳐진다. 누군가 옆에서 이런말을 한다. ‘여러번 지리산에 올랐지만 오늘처럼 좋은 날은 처음이라고’
북부능선의 삼정산에 올랐을때는 비가 내려 아쉽게도 능선조망을 하지 못했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지리산의 주능을 한눈에 담아본다. 북동쪽 저멀리 지리산의 주봉 천왕봉이 장엄한 모습으로 버티고 있고 그 아래로 제석, 연하, 촛대, 영신, 토끼, 반야, 노고단등 여러 봉우리가 시립하듯 둘러서 있다. 지리산의 어마어마한 크기와 그 품속에 묻혀 살아가는 만물을 경탄한다. 가까이로는 삼신봉에서 세석평전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힘차게 놓여있다. 그 오른쪽으로 거림계곡이 길게 누워있다. 남서쪽으로 눈을 돌리니 내삼신봉의 뾰족한 암봉이 보이고 그 너머로는 수많은 봉우리가 바다위의 푸른 섬처럼 펼쳐져 있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찍고.. 앞쪽으로 보이는 능선을 따라 내삼신봉을 향한다. 산죽을 베어내어 길을 잘 내어놓았다. 평탄한 능선길이다. 삼신봉에서 약 30분을 걸어 내삼신봉에 닿는다.
12:20분, 내삼신봉 도착. 높이는 1354m로 삼신봉보다 높지만 주봉으로서의 권위는 삼신봉에 내 주었다. 정상에서 도마뱀의 출현으로 아줌마들이 피우는 한바탕 소동을 뒤로하고 쌍계사을 향한 하산을 시작한다. 내삼신봉 정상에서 내려서는 암벽은 제법 위험하다. 줄도없이 좁은 공간으로 내려서야 하는데 손잡을 곳도 마땅찮다. 봉우리을 내려서서 한참을 내달린다. 비교적 평탄한 흙길로 좌우로는 물푸레나무와 산죽, 그리고 넝쿨이 터널을 이루어 햇볕을 가려주어 시원하게 산행을 할 수 있다. 한참을 가다가 큰바위가 있는 넓은 공터에서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음 독바위(쇠통바위)로 향한다. 경사가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13:45분 쇠통바위에 도착하여 올라가 본다. 이 바위는 쇠통(자물통)이고 열쇠는 청학동 마을에 있어 언제가는 마을에 있는 열쇠바위가 쇠통바위를 열어 세상을 개벽시킨다는 전설이 담겨 있는 바위라고 회장이 설명을 한다. 조망이 좋고 바람도 시원하여 땀을 식힌다음 다시 내려와 상불재로 향한다. 약한 오르막과 긴 내리막이 반복되는 능선을 따라 약 30분을 걸어 상불재에 도착한다.
14:15분, 상불재. 왼쪽이 삼성궁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이 불일폭포를 거쳐 쌍계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접어드니 경사가 급한 내리막에 너덜길이다. 약20분간 이어지는 너덜을 지나니 계곡이 왼쪽으로 나타나고 맑은 물이 졸졸 소리을 내며 흐른다. 아예 신발을 벗고 가재를 잡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은 양옆으로 키큰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어 시원하지만 지루한 길이다.
15:15분, 불일폭포 입구 도착. 주 등산로에서 불일폭포로 갈라져 들어선다. 약 10분만 가면 지리10경의 하나인 불일폭포의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정상에서 3시간이나 내려온 계곡의 하단부인데도 어떻게 이런 장엄한 폭포가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해 하며 폭포로 향한다. 벼랑을 따라 난 길을 따르면서 주변 경관을 보고 앞서의 의문이 풀렸다. 협곡의 좌우를 보니 깍아지른 절벽이 위엄있게 자리하고 있다. 진입로는 한사람만 간신히 지날 수 있는 계단과 좁은길로 되어있다. 폭포에 가까이 갈수록 웅장한 물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마지막 계단을 내려서서 폭포앞에 서는 순간 장엄한 모습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60여 미터의 절벽을 떨어져 내리는 물줄기와 부서지는 흰 포말이 정말 장관이다. 지금은 수량이 적어 덜하지만 여름철 수량이 많을땐 정말 대단할것 같다. 폭포를 관람할 수 있도록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예전에는 폭포밑에까지 내려갔었다고 누군가 말한다. 다시 폭포에서 나와 쌍계사를 향해 내려온다. 이제 부턴 제법 널찍한 길이다. 가족들과 산책내지 관광을 온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조금 아래에 자리잡은 봉명산방에서 잠시 쉬면서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고 사진도 찍고 한다. 쌍계사에 들러 보니 대웅전 중창불사로 임시 대웅전을 세워두었다.
16:30분 주차장 도착. 쌍계사 앞을 흐르는 냇가에서 대충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산악회에서 준비한 국물과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산행을 종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