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고 여유롭게/산행후기

양산 오봉산

부산해조음 2006. 8. 19. 17:09
 

양산 오봉산(533m)

 

산행일 : 2006. 03. 20. 월. 맑음

소재지 : 경남 양산시 물금읍

참가자 : 혼자

산행로 : 들머리(11:45) - 용국사(11:55) - 체육공원(12:15) - 정상(12:45) - 제5봉(14:10) - 범어리(14:40)     약 3시간


        1. 昭君怨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自然衣帶緩(자연의대완)

     非是爲腰身(비시위요신)

       오랑캐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와도 봄같지 않더라

       자연히 옷 띠가 느슨해지니

       이는 허리 몸매를 위하였음이 아니었도다.


   

        2. 胡地花草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오랑캐 땅에 화초가 없다지만

      오랑캐 땅이라고 화초가 없으랴.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더라도

      어찌 땅에 화초가 없으랴.

        *호(胡)자에 '오랑캐'라는 명사와 '어찌'라는 부사의 뜻이 있다.

 

  이제 봄은 어디에서나 느낄 수 있다. 가을의 그것처럼 투명한 하늘과  양지바른 정원에서 고운 자태로 피어난 목련, 학교와 아파트 담장에 병아리 부리처럼 노랗게 피어나 바람에 흔들리는 개나리, 연분홍의 작은 꽃망울을 달고 있는 진달래와 꽃나무들......

 

  집안에 들어앉아 있기엔 너무도 화창한 바깥의 기운이 엉덩이를 들썩이게하고 마음을 저 멀리로 끌어간다. 월요일이라 직장으로 향하는 사람들 틈에 난 등산가방을 메고 산으로 향한다.

 

  당나라 시인 동방규의 「昭君怨」에 나오는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이라는 싯구를 생각하면서 봄은 왔으되 온전하게 따뜻한 봄을 느낄 수 없는 사람들도 생각해본다.

장산역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호포역에 도착하니 11:25분이다. 역앞에서 택시를 타고 물금 용국사 입구에 내리니 11:45분, 들머리를 확인하고 등산준비물을 갖추어 등산을 시작한다.

 

  제법 널찍한 포장도로를 따라 한참을 오르니 용국사가 나온다. 입구에서 왼쪽 비탈로 열린 길을 따라 오른다. 갈지자로 오르는 길이 제법 된비알이다. 약5분 후 용왕각이 나오고 옛날 광산 갱도를 개조한 기도터도 보인다. 계속되는 오르막을 한참 오르니 어느덧 능선에 닿는다. 좌우로 소나무가 우거진 숲길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길을 재촉한다. 약5분 후 철탑을 만나고 다시 5분 후 체육공원에 다다른다. 잠시 쉬면서 물을 마시고 숨을 고른다.

 

  두 번째 철탑을 오른쪽으로 돌아 된비알을 숨을 몰아쉬며 오른다.  좌우가 트이고 시원한 바람이 얼굴에 흐른 땀을 씻어주는 첫 번째 전망대가 나온다. 북쪽으로 탁트인 전망이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준다.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의 시원하고 장쾌한 흐름이 바로 눈앞으로 다가서고 그너머로 김해 무척산이 보인다. 바로 정면으로는 용굴산과 토곡산의 우람한 모습이 화재 들판너머로 펼쳐지고 신선봉과 이어지는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하늘금을 그으며 펼쳐진다. 남으로는 양산의 너른 들과 물류단지가 발아래에 있고 그너머로 금정산의 도당봉과 파류봉, 상계봉등 장쾌한 능선이 이어진다. 시원한 조망을 감상하고 다시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 몇 번의 바위전망대를 지나고 드디어 정상에 도착하니 12:45분이다.

 

  오봉산 533m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막힘없이 탁트인 사방을 다시 한번 조망하고 발길을 서두른다. 암릉으로 이루어진 몇 개의 봉우리를 지난다. 전망도 좋고 아기자기한 암릉길이 지루하지 않게 한다.

조망이 좋으면서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 곳을 찾아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 김밥 한줄 사과반개로도 허기가 매워진다. 이곳부터는 암릉지대는 끝나고 다시 호젓한 숲길이다. 소나무가 우거지고 마른풀과 낙엽이 융단처럼 깔린 길을 어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로지 바람과 나무와 바위와 흙과 그리고 나만을 느끼며 자유롭게 걷는다. 산님들로 북적이는 산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지만 이렇듯 아무도 없는 산행에서는 또 다른 멋과 맛을 느끼는 것이다.

 

  수줍게 하얀 꽃잎을 내민 이름모를 들꽃이 등산길 내내 피어있다. 한참을 가니 고개마루 같은 안부가 나오고 정면을 향해 계속 나아가니 마지막 봉우리인가?  14:10분, 제1활공장이라고 되어있는 벤치가 여러개 있는 봉우리에 닿는다. 바로 아래로는 범어의 아파트가 보이고 양산시의 모습이 가깝게 펼쳐진다.

 

이곳부터는 제법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참나무가 무척 많다. 약 20분을 미끄러져 내려오니 범어리 대동아파트 뒤쪽에 닿는다. 버스가 다니는 큰길까지는 약 10분. 20여분을 기다려 구포행 버스를 타고 호포역에 내려 지하철로 갈아타고 해운대로.....


  지금 우리의 산하는 온통 소나무재선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어느 산을 가나 소나무 밑둥을 자르고 비닐로 덮어놓고 경고문을 붙여놓은 모습을 흔하게 본다. 가슴이 아프다. 우리나라을 대표하는 소나무가 병충해로 무지막지하게 죽어가는 모습이 정말 안타깝다. 지금은 대체로 근교산의 모습이지만 전 산하가 이렇게 변해간다면 정말 큰일이다.


  ◆소나무재선충이란

‘소나무에이즈’라고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은 다른 병해충과는 달리 재선충 스스로는 병을 옮길 수 없고 반드시 '솔수염하늘소’라는 매개충을 통하여 전파된다. ‘솔수염하늘소’의 몸속에 기생하는 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가 알을 낳기 위해 소나무에 상처를 낼 때 소나무로 침입한다. 1쌍이 6일만에 20만마리로 늘어날 정도로 번식력이 강한 재선충은 소나무 조직을 파괴해 고사시키며 솔수염하늘소 유충이 번데기가 될 때 다시 솔수염하늘소의 체내로 침투한다. 솔수염하늘소는 재선충이 고사시킨 나무의 목질 부분을 이용해 번식, 재선충과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매개충이다. 솔수염하늘소는 평균 1만5000마리 정도의 재선충을 지니고 있다.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는 한곳에 집단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군데군데 한그루씩 발생하며 솔잎이 노랗게 변하다가 적갈색을 띠며 말라 죽는다. 소나무재선충의 방제는 솔수염하늘소가 성충이 돼 활동하는 5월부터 7월 사이에 항공방제를 실시하거나 감염된 나무를 베어 훈증 처리·소각·파쇄하는 방식 등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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