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뱀사골 단풍
산행일 : 2006. 10. 21. 토. 맑음
소재지 : 전남 남원군
참가자 : 나, 아내, 쉬엄쉬엄 산악회원
산행로 : 반선(11:10) - 간장소(12:30-13:00) - 뱀사골대피소(14:30) - 화개재(14:35) -
간장소, 병소, 탁룡소 - 반선(17:00) 약 5시간 50분
9월 20일 수요만남산악회에서 왕산과 필봉산을 다녀온 이후 10월에는 추석수송과 교육 사내체육대회 등으로 바빠서 시간이 나질 않아 승학산과 엄광산을 다녀온 것 외에 산행을 하지 못했다.
모처럼 시간이 나서 아내와 함께 단풍구경을 하기로 하고 내장산, 주왕산등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마침 가이드 산행으로 지리산 성삼재에서 노고단과 삼도봉 화개재를 거쳐 뱀사골을 거쳐 하산하는 코스가 있어 지리산에 처음 가는 아내에게는 비교적 쉬운 코스라 생각되어 지리산 뱀사골산행을 택했다.
예약을 하고 아침 일찍 도시락과 산행준비를 하면서 바쁘다. 동래지하철역에서 버스를 타고 지리산으로 향한다.
11시경 단풍이 약간 들어 울긋불긋한 기운이 감도는 뱀사골 계곡 반선주차장에 일행을 내려놓는다. 산행코스가 변경되어 B팀은 반선에서 뱀사골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원점회귀, A팀은 원래계획대로 성삼재에서 화개재를 거쳐 반선으로 내려오기로 하고 성삼재로 떠난다. 우리는 B팀으로 산행하기로 하고 11:10분 산행을 시작한다.
다리를 건너 조금가면 산행탐방로와 포장로가 갈린다. 우리는 포장로를 따라 오른다. 왼쪽 저 아래 계곡으로 한 무리의 등산객이 웃음소리를 내면서 오르고 있다. 계곡주위의 단풍나무에 빨간 물이 올라 색시처럼 곱게 단장하고 있다. 약20분을 넓은 길을 따라 오르다가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빠지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멀리 계곡 위쪽으로 보이는 양쪽 산등성이에는 오색의 단풍이 아름답다. 나뭇잎이 둥둥 떠가는 계곡물이 더 없이 시원하고 맑아 보인다. 널찍하고 평탄한 길을 따라 걸으면서 주위의 단풍을 즐긴다. 가을 가뭄이 심해 말라 버린 잎들이 많이 보인다. 비가 좀 넉넉히 내렸으면 단풍이 훨씬 고왔을 텐데...
계곡을 좌우로 두고 여러번 다리를 건너기도 하면서 유명한 소들을 지난다. 용의 승천에 대한 전설일 깃들인 탁용소와 뱀소 병소 등을 지나고 제승대를 감상하면서 계속 올라간다. 길이 평탄하고 주위의 경관이 아름다워 힘든 줄을 모른다.
뱀사골 계곡의 가장 위쪽에 자리잡은 간장소의 검푸른 물이 진짜로 간장을 닮았다는 얘기를 주고 받으며 간장소 바로 위의 계곡물가에 자리를 잡고 준비해간 도시락을 꺼내어 점심을 먹는다. 같이 간 산악회원들도 군데군데 삼삼오오 자리를 잡아 식사를 한다.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과일과 커피를 즐긴 다음 아내에게 계속 산행이 가능한지 물어보니 정상까지 가보자고 한다. 간장소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이제까지와는 달리 너덜과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한다. 계곡이 끝나가고 물소리가 잦아들면서 호흡이 가빠져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바로 앞쪽으로 삼도봉과 토끼봉의 봉우리가 아스라이 보인다. 점심식사를 하고있는 여러무리의 사람들을 지나쳐 뱀사골 대피소에 도착해 시계를 보니 2시 30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도 화장실과 샘물을 보충하고 폭좁은 나무계단을 타고 화개재로 올라간다.
약 5분간 오르는 나무계단은 폭이 좁아 발을 디디기에 불편하고 계단 높이도 너무 낮아 보폭에 안 맞아서 걷기가 무척 힘이 든다.
14:35분 화개재에 도착한다. 왼쪽으로는 토끼봉을 지나 천왕봉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삼도봉과 돼지령을 지나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다. 옛날 이곳은 전라도 남원과 경상도 하동의 장돌뱅이들이 지나면서 쉬어가던 쉼터이면서 문화교류의 장이기도 했단다. 남쪽으로는 불무장등의 봉우리가 바로 앞을 막고, 동쪽 저 멀리엔 삼신산의 희미한 모습이 가물가물하다. 북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우리가 올라온 뱀사골 계곡이 길게 누워 깊은 골을 이루고 있고 그 왼쪽으로 반야봉은 구름에 머리를 감추고 우뚝 솟아 있다.
사진을 찍으면서 경관을 감상하고 있으니 성삼재에서 올라온 A팀의 선두가 모습을 보인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산행이 어떠했는지 서로 물어본다. 시원한 바람속에 한참을 서서 그렇게 지리의 기를 받아들인 다음 다시 아쉬운 하산을 시작한다. 뱀사골대피소를 지나고 9키로에 달하는 뱀사골계곡을 다시 거슬러 내려온다.
같은 길이라도 올라가면서 보는 풍경과 내려오면서 보는 풍경은 많이 다르다. 햇빛의 방향과 일조량 그리고 보는 각도에 따라 산의 모습도 계곡의 깊이도 그리고 단풍의 빛깔도 달라 보인다. 올라가면서 그리 경사를 느끼지 못했는데 내려오면서는 경사가 제법 급하다는 것을 느꼈다.
거의 다 내려와 큰 길을 만나는 지점에서 물에 들어가 대충 땀과 먼지를 씻어내고 나니 상쾌하다.
주최측에서 마련한 봉고를 이용해 주차장의 식당까지 가서 다른 회원들과 산행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 파전, 감자전, 도토리묵을 안주로 소주를 한 잔하고 나니 이미 산중의 해가 저물고 하루는 다시 추억이 되어 어둠이 깔리는 계곡속의 단풍처럼 차곡차곡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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