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1187m)
산행일 : 2007. 02. 10. 토. 흐림
소재지 : 광주광역시, 전남 화순군, 담양군
참가자 : 골든산악회원
산행로 : 원효사관리사무소(11:00) - 꼬막재(11:30) - 규봉암(12:30-13:10) - 장불재(13:40) -
입석대(13:55) - 서석대(14:10) - 중봉 - 중머리재(15:20) - 증심사 주차장(16:00) 약 5시간
「무진악, 서석대, 무정산등으로도 불렸던 비할데 없이 높은산 또는 등급을 메길 수 없다는 의미의 무등산을 찾아 가다」
아침 7시30분 교대앞을 출발한 버스가 11시 조금 못되어 원효사를 지나 관리사무소 입구에 닿는다. 오늘 처음으로 같이 산행을 하는 신명호차장과 그리고 차량관리단에서 온 이극만차장과 또 다른 분들과 함께 산행을 시작한다. 비라도 내릴 듯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다.
무등산장에서 꼬막재에 이르는 구간은 등산로 양쪽옆으로 산죽이 푸르게 자리잡고 있는 약간은 경사가 있는 흙길이다. 약 30분을 걸어 첫 번째 능선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계속 걷는다. 잠시 후 약수터를 만나 물을 한모금 마시고 있으니 신차장이 뒤따라 도착한다. 꼬막재(640m)를 지나면서 길이 진창으로 바뀐다. 얼어있던 응달이 따뜻한 날씨에 녹아 등산화 밑창에 진흙이 떡처럼 달라붙는다. ‘2월 산행은 이래서 힘들다’는 얘기를 하며 산을 애돌아 가는 비교적 편평할 길을 걷는다. 다시 억새 군락지를 지나는 구간에서는 발목까지 빠지는 진흙길 때문에 바지가랑이와 등산화는 엉망이 되고 걷는 데에도 고생을 한다. 진흙길이 끝나고 너덜로 이루어진 약간 오름길을 올라가니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위치가 어디쯤인지 점심을 먹기로 한 규봉암을 지나온건지 아직 덜 갔는지 가늠이 안되어 지도를 보니 바로 그 지점이 규봉암이다.
규봉은 ‘이곳을 보지않고 무등산을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할 정도로 한폭의 동양화를 닮은, 신들이 옥을깎아 세워 놓은 듯 무등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암석미를 자랑한다는 곳이다. 규봉암에 들러보기로 하고 등산로에서 약 20미터쯤 위쪽으로 올라 가니 일주문을 만난다. 그 문으로 들어서면 기암을 배경으로 한폭의 그림처럼 자리잡고 있는 암자를 만나는데 바로 규봉암이다. 기암과 어우러진 나무들 그리고 암자의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날씨가 좋다면 조망이 더 좋았을 텐데 짙은 안개로 주변의 경치를 다 감상하지 못해 아쉽다. 암자 왼쪽으로 돌아 바위아래로 내려가니 점심을 먹기에 알맞은 장소가 있어 이곳에 자리를 펴고 앉는다. 식사를 하고 있는 동안 다른 회원들도 속속 도착해 자리를 잡는다.
식사가 끝나갈 즈음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정상에서 설경을 볼 수 있을거란 기대를 하면서 식사를 하고 있는 회원들을 뒤로하고... 이어지는 길은 유명한 지공너덜지대이다. 지공대사가 법력으로 수많을 돌들을 깔아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는 너덜지대를 지날때는 함박눈이 진눈깨비로 바뀌어 내린다. 바람도 제법 강하게 불고..... 진눈깨비속을 한참을 걸어 장불재에 도착하니 자욱한 안개로 몇미터 앞도 분간하기 어렵다.
장불재(990m), 광주광역시와 화순군의 경계지점이자 입석대, 서석대로 올라가는 갈림길이며 옛날 동북지역의 사람들이 광주로 드나들던 고갯길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입석대로 오른다. 바위와 돌계단으로 이루어진 좁은 길을 올라가니 입석대의 웅장한 바위벽이 시야를 막는다. 제주도 서귀포의 주상절리를 닮은 굵은 돌기둥들이 병풍처럼 둘러선 모습이 참으로 웅장하다. 전체적인 모습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입석대에서 서석대로 올라가는 등산로 옆으로 넓게 펼쳐진 곳에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의 설원이 펼쳐진다. 아직도 남아있는 억새는 흰눈을 덮어쓰고 바람에 흔들리고 꽃망울을 머금은 진달래나무에는 눈이 얼어 붙어 아름다운 눈꽃 세상을 보여준다.
서석대에 올라서니 몸을 날릴 듯 사방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어온다. 날씨가 좋다면 시원한 조망이 일품이련만 웅장한 서석대의 모습도 정상에서의 조망도 모두 놓치고 말았다. 앞을 가로막은 철조망으로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못하고 서석대에서 중봉으로 이어지는 길로 내려선다. 눈이 얼어 길이 상당히 미끄럽다. 조심스럽게 내려와 임도에서 다시 중봉으로 들어서니 엄청나게 넓은 억새군락지가 나온다. 예전에는 군부대가 자리잡고 있던 곳을 다시 자연생태계로 복원하고 있는 곳이다. 중봉을 지나고 급한 내리막을 지나 중머리재에 도착하여 다시 무등산을 돌아보니 흰눈을 머리에 이고 서있는 서석대의 모습이 저 멀리에 보인다.
중머리재에서 증심사로 길을 잡아 비교적 넓고 편한 길을 내려와 계곡에서 진흙을 씻어내고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최측에서 준비한 동태국과 소주로 빈 속을 채우고 옷을 갈아입고 나서 산행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