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세석(1560m)
산행일 : 2006. 05. 23. 화. 맑음
소재지 : 경남 하동군
참가자 : 푸른산악회원
산행로 : 거림매표소(11:00) - 세석대피소(13:20-50) - 연하봉(15:10) - 장터목대피소(15:30) - 칼바위삼거리(17:00) - 중산리주차장(17:20) 약 6시간 20분
오늘 산행코스에는 지리십경 중 세석철쭉과 연하선경의 두 비경이 들어있다.
거림매표소 입구 주차장에 버스가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리니 바로 계곡의 물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매표소를 지나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들면서 오월의 신록을 마음껏 느낀다. 시원한 물소리가 들리는 계곡을 왼쪽으로 끼고 약한 오름길을 올라간다. 지난 겨울 중산리에서 장터목으로 오를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좌우로는 푸른 산죽과 키큰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고 길은 제법 덩치가 큰 바위가 깔려있어 걷기가 쉽지만은 않다.
후미에서 숨이 차지 않을 만큼의 속도로 천천히 일행을 따라 간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여유를 최대한 음미하며... 약 1시간을 오르니 다리가 나타난다. 천불교였는지 이름이 잘 생각이 안난다. 일행이 건네주는 토마토를 하나 먹으면서 휴식을 취한다. 이곳에서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건너면서 가파른 길이 시작된다. 제법 된비알을 한참동안 땀을 흘리며 오른다. 샘터가 나온다. 이정표를 보니 거림에서 3.9키로, 세석까진 2.1키로가 남아있다. 먼저 올라온 회원들이 쉬면서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있다. 나도 한바가지를 마신다. 시원함이 가슴에서 전신으로 전해진다.
샘터에서 이어지는 길은 정상을 앞두고 있는 길이라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탄하고 걷기에 편안한 완만한 경사의 밋밋한 길이다. 비가 내려서인지 길바닥이 약간 질퍽거린다. 보통 어른보다 키큰 철쭉이 연분홍빛으로 드문드문 피어있다. 시원한 계곡물에 손을 담그고 싶은 마음이 생겨 잠시 쉴겸 계곡으로 내려가 널찍한 바위에 배낭을 내려놓고 쪼그려 앉아 물속에 손을 넣어 본다. 시원하다고 생각되는 순간 벌써 시려오기 시작한다. 주변을 돌아보니 정말 아름답다. 가파른 계곡의 커다란 돌사이로 맑은 물이 시원하게 부서지며 흘러내리고 물가의 꽃나무 가지엔 아름다운 봉우리를 맺거나 피어난 꽃들이 바람을 맞아 향기를 뿌리고, 싱그러운 잎새를 햇살에 반짝이며 푸르름을 자랑하는 나무들.... 카메라를 꺼내 담아보지만 그 그림이 어디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는 것만 하겠는가? 한없이 주저 앉아 있고 싶은 욕망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13:10분, 세석평전의 입구에 들어선다. 아직 열리지 않은 꽃망울을 조롱조롱 매달고 있는 철쭉나무가 우리를 반긴다. 키큰 철쭉의 터널속으로 들어서서 계속 나아간다. 드디어 넓은 평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13:20분, 드디어 세석평전이다. 잘디잔 돌이 끝이 없이 깔려있어 세석평전이라 불렀다지만 돌은 보이지 않고 푸른 초원만 펼쳐져 있다. 아직 개화시기가 일러 꽃망울만 맺혀 있다. 땀을 흘리며 올라온 많은 사람들이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이고 주변경치를 감상하면서 쉬고 있다. 세석대피소에 설치한 안내문을 보니 1980년대 지리산 입산, 야영과 취사가 무제한으로 허용되어 많은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자연을 파괴하여 몸살을 앓았던 모습과 그 후 자연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 입산을 통제하고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생생하게 알 수 있다. 사진을 몇장 찍고 점심을 먹는다. 다시 배낭을 챙겨 바로 코앞에 보이는 촛대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돌을 깔아 만들어 놓은 탐방로를 따라 오르면서 그 주변의 나무와 풀에 눈길을 주어본다. 고산 늪지의 형태를 띤 이 평전에는 우리가 보존해야할 많은 풀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다시는 무분별하게 파괴되는 과오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평전의 푸른 초원지대가 끝나면서 우림한 바위봉우리가 앞을 막는다.
14:10분, 촛대봉이다. 바위로 이루어진 암봉이다. 바위에 올라 사방을 둘러본다. 북쪽의 천왕봉부터 저 남서쪽 노고단까지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쳐진다. 세석대피소의 모습이 아름다운 별장처럼 보이고 세석평전의 전체적인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천왕봉을 배경으로 한 장 찍고 삼신봉과 연하봉을 향한다. 철쭉과 구상나무와 이름을 잊은 나무들이 빽빽한 능선길을 따라 바위를 타고 넘으면서 걷는다. 중간중간 만나는 전망대에서 보는 지리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연하봉 조금 못 미쳐 있는 암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가히 선경이라 할 만하다. 가을이 되어 온 산이 단풍으로 물들었을때를 상상해본다.
15:10분, 연하봉. 구상나무의 고사목이 고유의 모습으로 서있다. 절묘하게 어울리는 기암과 나무들과 발아래로 고산의 바람을 견디며 꿋꿋하게 꽃을 피워 낸 풀들... 어느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연하선경이라 했으니 이 어두운 눈으로 그 선경을 알아보기나 할까. 연하봉을 지나 바로 지척으로 보이는 제석봉과 천왕봉을 바라보며 장터목대피소를 향해 내려간다. 촛대봉에서 장터목까지 이어지는 약 2시간 동안의 능선 구간은 비교적 평탄하여 힘들이지 않고 능선을 편하게 걸으며 주변 경관을 즐길 수 있다.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나무와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풀들, 범상치 않은 바위의 모습과 조화로운 자연의 모습을 오직 벅차오르는 가슴으로 느끼면서....
15:25분, 장터목대피소 도착. 지난 겨울 눈이 많이 내렸을 때 찾았던 장터목을 약 5개월만에 다시 찾아왔다. 찬바람이 얼굴을 에이던 그때의 생각이 난다. 중산리에서 홈바위을 지나 이곳까지 무릎까지 빠지던 눈길을 헤치고 올라와 취사장에서 도시락을 먹던 기억이 새롭다. 여기부터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돌이 깔린 너덜길로 무릎이 좋지 않은 사람은 힘이 든다. 병기막터교, 법천폭포, 홈바위교등을 지나고 계곡에 매달린 출렁다리를 건너면 법계사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이다. 계곡이 합쳐지는 곳에서 일부 사람들이 땀을 씻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17:00. 칼바위를 지나면서 다른 산악회에서 오신 분들과 합류해 동행한다.
17:20분, 주차장도착. 앞서 내려온 많은 분들이 하산주를 나눌 준비를 하고 있다. 주변 계곡에 들어가 시원한 물에 대충 땀을 씻고 일행과 어울려 수육과 가재미회를 안주로 소주를 한 잔 하니 피로가 가시면서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