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고 여유롭게/산행후기

지리 바래봉

부산해조음 2006. 8. 19. 17:14
 

지리 바래봉(1167m)

산행일 : 2006. 05. 16. 화. 맑음

소재지 : 전남 남원군 운봉읍

참가자 : 거인산악회원

산행로 : 들머리(11:30) - 바래봉정상(12:40) - 팔랑치(13:10-40) - 1123봉(14:15) - 새동치(15:10) - 날머리주차장(16:00)     


  지리산 철쭉을 보려면 바래봉으로 가라!

하얀 아카시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짙은 향기를 뿌리는 신록의 계절 오월, 남쪽의 봄기운을 받아 사람의 발길이 잘 미치지 않는 산봉우리에도 철쭉이 피어난다.  철쭉산행의 대명사로 회자되는 지리산 바래봉을 다녀오다.

  남해고속과 대진고속도로를 거쳐 88고속도로를 달리던 버스가 춘향과 광한루 그리고 정절의 고장 남원 운봉읍에 닿는다. 철쭉제를 기념하고 축하하는 현수막과 등(燈)이 거리를 장식한 시가지를 달려 주차장에 닿으니 바래봉을 찾은 버스의 행렬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주차장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도로변에 주차한 관광버스를 보니 바래봉 축제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11:30분, 버스에서 내린 일행이 산행을 시작한다. 주차장과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과 사람들 그리고 먹거리터를 지나 본격적인 산행로로 접어든다. 등산객과 관광객이 함께 뒤섞여 좁은 산길을 정처없이 오른다. 산행로는 시작부터 경사가 제법된다. 시작하자마자 땀을 흘리고 숨을 헐떡이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철쭉나무사이로 좁게 트인 등로는 오르내리는 사람이 서로 비키기에도 버겁다. 한참을 기다리다 오르고 또 한참을 비켜서서 기다리다 오르고를 반복한다. 기다리기 지쳐서 그냥 등로를 버리고 옆으로 오르기도 하고 양해를 구하고 앞지르기도 한다. 한참을 헐떡거리고 오르다보니 임도와 만난다. 철쭉이 무더기로 오목조목 피어난 모습이 보인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또 내려오기도 한다. 임도를 따라 약 10분을 오르니 안부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은 정상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편은 군락지를 지나 정령치로 가는 길이다. 정상가는 길로  접어들어 목초지터에 계획식수를 한 봉우리를 오른다.

  12:40분, 정상에 도착한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씻어준다. 동북쪽에서 남쪽으로 장쾌하게 뻗은 지리의 주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천왕봉, 제석봉, 토끼봉, 반야봉, 노고단의 웅장한 모습이 시원하게 펼쳐져 힘든 산행을 보람되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정상석을 끼고 기념촬영을 한다. 순서를 기다려 간신히 사진을 한 장 찍고 내려온다. 옛날 면양목장이었다더니 곳곳에 철조망이 보인다. 다시 안부 갈림길에서 철쭉 군락지를 향해 발길을 재촉한다. 잘 닦여진 길을 따라 약20분을 걸으니 철쭉 군락지에 닿는다. 정상부근의 철쭉은 아직도 봉우리를 열지 않아 다음주나 되어야 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곳 군락지 부근의 철쭉은 만개를 했다. 워낙 유명해서 그 규모가 대단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군락지의 규모는 생각보다 넓지 않았다. 이곳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을 꺼내 허기진 배를 채우고 휴식을 취한다. 탐승을 위해 만들어 놓은 계단에 서니 사방으로 꽃 천지다. 아름다운 모습을 배경으로 한 장 찍고....

  14:15분, 1123봉 도착. 군락지에서 관목이 우거진 좁다란 산행로를 역시 마주오는 사람들을 비켜가며 힘든 산행을 한다. 1123봉 정상에서 보는 조망도 제법 시원하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진하고 연한 분홍색과 희게 보이는 철쭉의 모습이 한폭의 그림으로 발아래에 펼쳐진다. 군락지까지가 관광지로 다듬어진 곳이라면 1123봉에서 정령치에 이르는 구간은 본격적인 등산로라 할 수 있다. 좌우로 빽빽하게 들어선 철쭉나무와 잡목사이로 한사람이 근근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등로가 뚫려있다. 반대편에서 엄청나게 밀려오는 사람들을 기다렸다가 가고 또 기다리고.....   

바위가 솟아오른 길바닥도 그리 쉽지만은 않다. 제법 힘든 구간이라 오르막을 오르는 사람들의 숨결이 제법 거칠고 쉼터엔 여지없이 한숨 돌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좁고 빽빽한 잡목도 또한 제법 진을 빼놓는다. 부운치를 지나고 1140봉을 지나고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니 마지막 갈림길인 세동치에 이른다.

  15:10분, 세동치 도착. 이곳부터는 사람들의 모습이 뜸해진다. 아마 오면서 만났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령치에서 시작한 사람들인가 보다. 아니면 이제 올라오기에는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도..... 내려가는 길은 길의 상태도 좋고 우선 사람들이 없어서 좋다. 낙엽이 깔리고 소나무가 그윽한 그늘을 만들어 줘 시원한 길을 혼자서 조용히 걸으니 너무 기분이 좋다. 산새소리와 저 멀리서 들리는 계곡의 물흐르는 소리 그리고 나뭇잎을 조용히 스치며 싱그러운 신록의 봄내음을 실어오는 바람소리가 발길을 붙잡는다. 자연의 풍요로움에 한껏 내 심신을 내 맡기고 취하고 싶은 기분을 추스르며 발길을 옮긴다.

  

  16:00. 전북학생교육원 도착, 왼쪽 계곡에서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물에 젖은 땀을 씻고나니 피로가 싹 가신다.

  16:20분, 주차장 도착. 산행을 마치며 산악회에서 준비한 수육과 하산주로 산행을 마감한다.


'느리고 여유롭게 > 산행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 삼신봉  (0) 2006.08.19
지리 세석  (0) 2006.08.19
영암 월출산  (0) 2006.08.19
지리 삼정산  (0) 2006.08.19
양산 오봉산  (0) 200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