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락산(964m)
산행일 : 2006. 12. 03. 일. 맑음
소재지 : 충북 단양군
참가자 : 영남산악회원
산행로 : 상선암휴게소(11:50) - 상선상봉(13:00) - 신선봉(13:40-14:20) - 채운봉(14:40) -
큰선바위(16:00) - 상선암휴게소(16:20) 약 4시간 30분
서울 중부지방의 체감온도가 영하 15도까지 내려간다는 등 올 겨울 들어 제일 춥다는 예보가 들려온다. 지난 겨울 소백산행때 추위로 고생한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하지만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야 어디 날씨를 가리는가. 오히려 추운 날이 더 산행의 묘미가 있지 않던가.
월악산 국립공원매표소를 지나 상선암 휴게소를 찾지 못해 벌천리 갈림길까지 갔던 버스가 되돌아와 상선암 휴게소에 도착한 시각이 11시 40분, 버스에서 내리니 한기가 온몸을 엄습한다. 모자와 장갑 자켓 등을 챙겨입고 산행을 시작한다. 포장도로를 따라 상선암으로 방향을 잡아 오르기 시작한다. 잠시 후 조용하고 자그마한 암자인 상선암을 오른쪽으로 지나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산길 주위론 아직 잔설이 남아 부산에서 올라온 산꾼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시작하자마자 급한 경사의 오름길이 시작되고 힘들게 나무계단을 올라 작은 능선에 도착하니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차고 강하다.
미끄러운 바위를 조심스레 기어오르고 여러개의 계단을 지나면서 땀이 나고 숨이 차온다. 경사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터지는 전망대에서의 조망이 환상적이다. 흰 눈을 이고 서있는 채운봉과 검봉의 기암이 자태를 드러내고 큰선바위의 웅장한 모습이 바로 건너편으로 보인다. 능선에 올라서서 왼쪽으로 보이는 계곡너머의 흰 바위와 소나무의 어울림을 카메라에 담기도 하면서 상선상봉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상선상봉에서 오른쪽 신선봉을 향해 내리막을 잠시 내려갔다가 제봉을 올라 미끄러운 바위를 넘고 다시 기다란 계단을 올라 형봉에 오른다. 제봉에서 형봉에 이르는 능선구간도 공룡능선을 닮은 암릉으로 눈에 덮여 조심스럽게 진행한다. 날카로운 기암과 분재를 닮은 홍송의 기이한 자태에 감탄하면서 형봉에서 사방을 돌아본다. 바로 앞쪽으로 신선봉의 너른 바위와 울긋불긋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그 너머로 도락산 정상이 더 멀리로는 도솔봉과 소백산 연화봉의 천문대와 그 너머 장엄한 소백산의 산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형봉을 내려서니 채운봉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점심시간이라 도시락을 펴놓고 식사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안부지역에서 신선봉으로 올라가는 계단엔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눈이 쌓인 계단이 미끄러워 내려오는 사람들이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한다. 계단을 올라 신선봉에 오르니 수백평은 되어 보이는 엄청나게 너른 바위에 노송이 우뚝우뚝 솟아 있고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거나 쉬고 있다.
신선봉에서 보는 사방의 조망은 정말 아름답다. 월악산의 연봉과 소백의 주능선 그리고 사방의 산들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신선봉 정상 바위에 있는 웅덩이는 얼어붙어 있다. 점심식사를 하고 하산을 위해 발길을 재촉한다. 다시 형봉 아래의 안부까지 가서 왼쪽길로 접어든다. 잠시 동안의 내리막길이 끝나면 암릉오름길이다. 나무줄기와 바위를 잡고 올라선다. 채운봉 정상에서 범바위까지의 길은 계단과 쇠난간 쇠줄에 의지해 어렵게 내려간다. 한사람 한사람 내려가느라 많이 정체된다. 범바위까지의 힘든 구간을 어렵사리 지나면 전망대를 만난다. 내려온 길을 되돌아 보며 신선봉, 채운봉의 멋진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매끈하게 흘러내린 흰색의 넓은 바위에 얼룩이 져 호랑이 무늬를 닮았다. 바위틈과 바위위에 뿌리를 내리고 푸른 가지를 뻗치고 있는 소나무를 보면서 자연의 섭리와 바위틈에도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끈질긴 생명력에 경탄을 하게 된다.
범바위를 지나고 큰선바위와 작은 선바위를 지나면서 우측으로 올려다보는 도락산의 모습은 넘어가는 태양의 붉은 빛을 받아 더욱 아름답게 채색되어 가고 있다. 또한 큰선바위의 꼭대기에 있는 소나무와 수직절벽의 바위틈에 자라고 있는 두 그루의 소나무는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이후 순탄하게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제법 차갑게 느껴지는 바람을 안고 걸어 내려와 원점으로 돌아와 앞서온 산님들과 수고했다는 인사를 나누며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
도락산이라는 명칭은 조선조 우암 송시열선생이 [도를 깨닫고 스스로 즐길만한 곳]이라 하여 이름지어졌다 한다. 도락산은 상선상봉에서 제봉, 형봉, 신선봉, 채운봉, 범바위로 이어지는 정상 능선길이 설악 공룡능선의 축소판이라 불리기도 한다. 특히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소나무의 자태는 암벽과 어우려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하고 끈질긴 생명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과 경외감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