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1915m) 촛대봉(1703m)
산행일 : 2008. 10. 03. 금. 맑음
소재지 : 경남 하동군
참가자 : 가이드(쉬엄쉬엄)산악회
산행로 : 중산리(09:40) - 매표소(10:00) - 갈림길(10:20) - 로터리산장(11:35) - 개선문(12:20) -
천왕봉 정상(12:50-13:30) - 제석봉(14:00) - 장터목산장(14:20) - 연하봉(14:30) -
촛대봉(15:20) - 세석산장(15:35) - 거림매표소(17:20) 산행 7시간 40분
역시 조급하게 서두른다고 결코 빠른것은 아니란걸 다시 느낀다.
지난 지리산행때 오늘과 같은 코스를 오르면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해 보려고 서두르다가 결국은 법계사를 지나면서부터 양쪽다리에 쥐가 나고 한참 동안 풀리지 않아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그때의 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페이스를 천천히 조절하며 걸어본다. 산행을 하면서 시간을 보니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산행을 했는데도 소요시간은 별차이가 없다.
주차장을 출발해 관리사무소를 지나면서 천왕봉 정상쪽을 바라보니 한걸음에 닿을 듯 가깝게 보인다. 날씨가 청명해 시계가 뚜렷하고 시원한 바람도 간간이 불어온다. 처음에는 워밍업을 하는 기분으로 약간 빨리 걸어 칼바위를 지나고 장터목 갈림길 삼거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법계사로 방향으로 오르면서는 페이스를 늦추어 천천히 걷는다. 휴일을 맞아 지리산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오르고 있다. 천천히 걸어 법계사가 보이는 공터에 도착해 정상쪽을 보니 아! 벌써 정상부근에는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암봉인 써리봉 부근엔 더욱 붉은 단풍이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알록 달록하다.
법계사 일주문 앞에서 휴식을 취하며 단풍나무를 카메라에 담아본다. 물을 마시고 간식을 먹으며 충분히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올라간다. 법계사에서 정상에 이르는 나머지 2키로 구간은 급경사와 돌계단을 오르는 상당히 힘든 구간이다. 일전에도 이 구간에서 쥐가 나면서 아주 고생을 많이 했다. 오늘은 산행로 주변의 단풍과 사람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중간중간 전망대나 휴식을 취하기 좋은 장소를 만나면 쉬어가면서 그렇게....
개선문을 지나고 정상아래의 마지막 계단과 돌계단을 올라 정상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지경이다.
사방이 시원하게 탁 트인 화창한 날 지리 정상 천왕봉에서 보는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가끔 저 아래에서 구름이 몰려와 봉우리와 사람들을 뒤덮어 버리기도 한다. 정상에서 반시간 정도를 쉬면서 식사를 하고 주위를 조망하면서 사진도 찍고 남서쪽으로 장쾌하게 뻗어나간 지리의 주능을 눈속에 꼭 꼭 박아둔다.
정상을 내려와 통천문을 지나고 제석봉에 이르는 구간에는 단풍과 고사목이 어울려 선경을 방불케하는 풍경을 그려낸다. 고사목 군락지를 지나고 날카로운 내림길을 내려서니 장터목 대피소이다.
세석으로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다시 중산리로 내려가기로 했다. 선두에 선 대장일행과 몇몇이서 먼저 연하봉을 향해 출발한다. 지리팔경의 하나인 연하봉의 경치는 연하선경이라 칭한다. 아름다운 바위봉우리와 고사목 그리고 나무가 어울려 선경을 그려낸다.
연하봉을 지나고 한참을 가면 삼신봉을 만난다. 커다란 바위 몇 개가 포개어져 있는 봉우리같지 않은 봉우리이지만 이곳에서 보면 천왕봉이 뚜렷이 보이고 남으로는 가까이 촛대봉과 저멀리 반야봉, 노고단이 조망된다.
촛대봉을 오르는 오름길을 힘들게 올라 정상에 서면 세석평전의 너른 평원을 발아래로 내려 볼 수 있다. 생태자연 학습장인 세석평전은 봄철 철쭉이 피어있던 자리에 하얗게 익어가는 억새와 천연색으로 물들어 가는 키작은 관목이 바람을 맞으며 흔들거리는 몸짓으로 나를 맞이한다.
세석산장 아래의 샘터에서 물을 채우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린다. 오늘 이 코스로 산행하는 회원은 십이삼명 정도 되는가 보다.
세석에서 거림에 이르는 구간은 계속 내리막길로 비교적 부드러운 구간이라 할 수 있다. 아래쪽 계곡에 이르기 까지는 비교적 급경사의 내리막이 이어지고 계곡을 만나면서는 큰 바위 너덜길이다. 내려오면서 반대쪽으로 올라오는 산꾼들을 여럿 만난다. 남자도 있고 여자 혼자서 올라가기도 한다. 커다란 야영 배낭을 메고 그 시간에 혼자서 산속으로 들어가는 여자를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계곡에 먹물을 뿌리듯 어둠이 서서히 밀려온다.
아침 중산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거림매표소에 도착하며 8시간에 걸친 산행을 마감한다.
인생이나 산행에서 공통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며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욕심은 결국 화를 부른다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으나 뜻하지 않게 아름다운 단풍까지 구경할 수 있었던 10월초의 지리산행.
멋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