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라산(1950m)
산행일 : 2009. 01. 03. 토. 맑음
소재지 : 제주도
참가자 : 벚꽃산악회
산행로 : 성판악휴게소(08:00)-진달래밭대피소(10:10) - 정상(11:20~12:25) - 삼각봉대피소(13:30)
- 탐라계곡대피소(14:30) - 관음사안내소(15:20) 산행 7시간20분
2009년 기축년 새해가 밝았다. 국내외적으로 힘들었던 2008년은 이제 과거속으로 물러가고 희망과 발전을 기대하는 염원속에 시작된 올해의 첫 산행은 제주도의 한라산으로 정했다.
남한 최고봉이라는 상징성과 그저께까지 엄청나게 내린 눈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새해 첫 산행지로 적격이다.
2일 저녁 6시 연안여객선 터미널에서 36명의 회원들과 미팅 후 7시에 출발하는 설봉호에 승선 부산을 출발한다. 어둠이 짙게 내린 밤바다에서 야경을 감상하며 부산을 빠져나간다. 선실에서 열린 조촐한 회식에는 싱싱한 회와 소주 그리고 각자 준비해 온 안주가 푸짐하다.
아침 6시 제주항에 도착하여 대기중인 버스에 승차하여 제주에서 소문난 해장국집에서 제주식 해장국으로 속을 푼다. 저녁에 마신 술과 배멀미(?)로 속이 거북하여 절반을 남겼지만 제주식 해장국의 독특한 맛은 보았으니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8시 성판악휴게소에 도착하니 눈이 쌓인 휴게소에 차량과 사람들로 가득하다. 아이젠과 스패츠 스틱 등 등산장비를 갖추고 벚꽃대장의 지휘에 따라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다음 '한라산 보약한재 묵으로 가자'고 힘찬 구호를 외친다음 등산을 시작한다.
정상까지는 9.6키로의 먼 길이지만 동행한 회원들과의 즐거운 대화 그리고 눈을 황홀하게 만드는 끝없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설경,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밑에서 들리는 뽀드득거리는 소리에 귀가 즐겁고 신선한 바람은 코를 즐겁게 하니 마음과 몸이 가벼워 힘든 줄 모르고 걷는다. 서너명이 선두조를 이루어 앞쪽으로 나서고 나머지 회원들은 후미조가 되어 뒤를 따른다.
완만한 오름길이어서 편안한 발걸음으로 이어지던 길이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나 정상까지 2.3키로 구간에서는 경사가 급해지고 정상 바로 아래의 계단에서는 힘이 든다. 하지만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의 양도 많고 눈꽃이 아름답게 피어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비경을 카메라에 담아보지만 어찌 눈으로 직접보고 가슴으로 느끼는 감흥을 당할 수 있을까?
11시 20분 드디어 정상에 선다. 발아래로 펼쳐진 황홀한 장관에 말을 잃는다. 사방으로 시원하게 열린 조망과 저 아래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 그 사이로 보이는 들과 집들과 바다. 그리고 눈덮인 백록담의 장엄함이 아름다운 충격으로 다가온다. 바람도 없이 따뜻한 기운으로 맞이하는 한라의 넉넉한 품에 나를 맡기고 그렇게 오랫동안 서있다.
「백록담은 옛부터 ‘신선들이 흰사슴을 타고 노닐던 연못’ 이라는 전설에서 비롯되었으며 겨우내 쌓인 눈이 늦은 봄에도 녹지 않아 은빛처럼 하얗게 빛나는 설경을 ‘鹿潭晩雪’이라 하여 영주십경의 하나로 불리운다.」
흰사슴이 살던 곳이라 더욱 흰빛으로 빛나던가. 한라의 백옥같은 모습은 두 눈을 차갑게 파고들어 깊숙이 새겨진다. 따뜻한 정상에서 식사를 하며 후미조를 기다리지만 한시간여를 기다려도 보이지 않아 먼저 하산하기로 하고 관음사 방향으로 내려간다.
정상에서 관음사로 내려서는 북쪽사면은 올라왔던 동남쪽 사면과 달리 찬바람이 그늘을 달리며 만들어낸 하얀 얼음조각의 향연장이다. 구상나무에 매달린 얼음조각 같은 눈꽃은 발길을 붙잡아 멈추게 한다. 걸음을 옮길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펼쳐지는 눈꽃의 향연이여!
왕관릉 절벽 급경사를 엉덩이 썰매를 타며 미끄러져 내려와 대피소터를 지나고 삼각봉대피소 신축공사장을 지날때까지 눈의 향연은 계속 이어진다. 이후에 비교적 완만하게 이어지는 관음사 안내소까지는 다소 지루한 여정이다. 다만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올라간 소나무에 눈안개가 만들어놓은 눈꽃은 시선을 잡아 끈다.
안내소 주차장에서 후미가 내려오는 것을 기다려 갈치구이 정식으로 저녁을 먹기 위해 제주시내 물항식당으로 이동 제주산 갈치구이, 배추국, 나물, 젓갈 등 비교적 깔끔한 반찬에 한라산 소주를 곁들여 식사를 하면서 오늘 산행에 대한 나름대로의 소감과 느낌을 얘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7시 제주항을 출항한 페리호는 드넓은 바다에 한줄기 포말을 일으키며 부산으로 향하고, 밤하늘에 빛나는 밝은 별만큼이나 반짝이는 추억과 낭만을 가슴에 품은 회원들은 기분좋게 흔들리는 배에 노곤한 몸을 맡긴다. 물론 소주 한잔 더 하고.....
'기대 이상의 아름다운 설경을 안겨준 한라산 산행, 백록담과 그 아래로 펼쳐진 아름다운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