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선자령(1157m)
산행일 : 2008. 12. 27. 토. 맑음
소재지 : 강원 평창군
참가자 : 벚꽃산악회
산행로 : 휴게소 들머리(13:30) - 항공표지소(14:05) - 선자령(15:10) - 초막교(16:40)
산행 3시간 10분
바람도 구름도 쉬어 넘는 대관령, 아흔아홉 구비를 돌아 동해바다로 내달리는 발길을 잠시 눈밭으로 돌려 선자령을 오른다. 온 세상을 뒤덮은 새하얀 눈꽃으로 유명한 대관령과 선자령...
부산에서 대관령을 찾아가는 길은 멀기도 하다. 새벽 7시 부산을 출발한 버스는 중앙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오후 12시 30분경 구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리니 휴게소 주차장엔 흰 눈이 가득하고 눈구경을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휴게실에서 점심을 간단하게 해결하고 1시 30분 비료포대 하나씩을 지급받아 산행을 시작한다.
휴게소에서 오른쪽으로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왼쪽으로 열린 길을 들어서면서 눈이 많아진다. 온세상을 뒤덮은 새하얀 눈을 기대했으나 나무위에는 눈이 녹아내렸고 나무밑과 길에만 발목이 잠길 정도의 눈이 쌓여있어 약간 실망이 된다. 전체적으로 선자령 정상까지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임도와 오름길로 연결되어 있다.
KT 무선국과 항공표지소를 지나면 나무숲속으로 이어진 좁다란 오솔길이 열리고 눈과 나무가 어우러져 설원의 풍경이 그려진다. 산능선 저 위에서 풍력발전기의 커다란 날개가 태양빛을 받아 하얀 햇살을 사방으로 뿌려낸다.
동행한 아내와 하얀 세상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새 선자령 정상이다. ‘백두대간 선자령’이라고 새긴 커다란 자연석 비가 서있는 정상에서 사방을 보니 조망이 기가 막히다. 동쪽으로는 흰 눈으로 덮인 강릉시가지가 푸른 동해바다를 배경으로 널따랗게 펼쳐지고 남쪽으로는 선자령에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남으로 남으로 이어진다.
정상에서는 바람이 심해 오래 있지를 못하고 금방 하산을 시작한다. 초막교로 내려서는 길은 올라 올 때와는 달리 상당히 경사가 급하다. 이곳에서 타는 엉덩이 썰매는 상당히 유명한데 이날은 눈이 많지 않아 눈위에 포대를 깔고 앉아도 미끄러지지 않는다. 대충 중간 중간 기분을 내면서 타고 내려오다 키 큰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곳부터는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냥 내려온다. 중간의 암릉지대에서부터 계곡에 도착하기 까지는 너덜로 이루어진 급경사로 꽤 힘이 든다.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 바로 앞쪽에 영동고속도로 고가교가 보이는 지점에 이르니 하산은 마무리 된다.
산행을 마친 회원들을 싣고 구절양장 아흔아홉구비의 대관령 고개를 넘어선다. 횡계의 황태회관에서 이 지역의 특산품인 황태탕으로 하산주를 겸한 저녁을 먹고 다시 부산으로 향한다.
아내와 처음으로 찾은 세밑의 선자령 눈 산행은 기대했던만큼 눈이 많지는 않았지만 사방으로 펼쳐진 그림같은 풍경과 아름다운 추억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나눈 훈훈한 마음으로 채운 멋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