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고 여유롭게/산행후기

문경 부봉 주흘산

부산해조음 2008. 10. 31. 13:06

문경 부봉(913m) 주흘산(1075m)


산행일 : 2008. 10. 25. 토. 맑음

소재지 : 경북 문경군

참가자 : 골든산악회

산행로 : 주차장(11:40) - 조령3관문(12:07) - 동화원(12:30) - 부봉(14:35) - 주흘산 영봉(15:50) - 주흘산 주봉(16:20) - 혜국사(17:10) - 조령1관문(17:40)         산행 6시간


『조곡관(제2관문) 뒤에 우뚝 솟은 바위산을 부봉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이것은 부봉의 6개 봉중 제1봉에 해당한다. 백두 대간은 하늘재를 지나 조령까지 주능선이 이어지고 가지를 뻗어 주흘산을 만들며 부봉에 와서 6개의 봉우리를 만들어 놓아 저마다 특색 있는 암체로 이루어져 등산의 진미를 느낄 수 있다.』


  『주흘산은 산세가 아름답고 높이 10m의 수정같은 여궁폭포와, 혜국사, 팔왕폭포, 문경 1,2,3관문등이 있다. 주흘산 오색 단풍이 내장산을 방불케 할 정도로 아름다워 특히 가을철에 인기다.  높이 20의 여궁폭포는 수정같이 맑은 물과 노송, 기암절벽을 배경으로 절경을 이룬다. 옛날 7선녀가 구름을 타고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곳이다.

 주흘산과 조령산의 사이로 흐르는 조곡천 동쪽면에는 주흘관(조령제1관문), 조곡관(조령제2관문), 조령관(조령제3관문)의 세 관문과 원터,성터 등 문화재가 많으며 주막도 있고 관광지로도 유명한 곳이다.』-한국의 산하-


  영남의 선비들이 청운의 뜻을 품고 과거에 응시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 한양으로 가기 위해 꼭 거쳐야 했고 선비가 아닌 장사치와 일반 백성들도 수없이 넘나들었던 영남의 관문으로서 역사적 의미가 깊은 문경새재길을 품고 있는 험준한 산들이 조령산 마패봉 신선봉 부봉 그리고 주흘산이다. 이러한 문경새재의 산 중에 암릉미가 빼어난 부봉과 주흘산을 하나로 묶어 산행을 하게 되었다. 다른 산과는 달리 역사적 의미가 있는 현장을 직접 밟아 볼 수 있다는 설렘으로 기대가 컸다.

  마침 이날은 충북 괴산군에서 마련한 마패산(마역봉) 가족 등반대회가 열리고 있어 우리가 도착할 즈음 주차장 부근은 차량의 진입이 불가능했다. 주차장을 한참 앞두고 버스에서 내려 제3관문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좌우로 노랗게 물들어 가는 은행잎이 가을바람에 살랑이며 등산객들을 반긴다. 산장들을 지나고 조령산 자연휴양림 표시석에서 왼쪽의 탐방로로 길을 잡아 올라간다.

  자연석을 곱게 깔아 놓은 탐방로를 따라 약 20여분 오르니 조령을 나타내는 자연석으로 빚은 비가 서있고 과거길을 안내하는 선비모형과 각종 안내물이 있어 이곳이 역사적 현장임을 말해준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라는 안내문을 지나자 바로 눈앞에 웅장한 모습의 조령3관문이 나타난다. 옛날 병졸들이 목숨을 걸고 외적의 침입을 막고 출입하는 백성들을 지켰을 관문을 통과하니 넓은 잔디광장에는 관광객과 산행을 하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부봉 들머리인 동화원으로 가는 길은 조령관 광장에서 정면으로 난 새재길을 따라 20여분 내려가야 한다. 조령관 광장에서 조금 내려가 오른쪽으로 갈라진 장원급제길로 들어서서 옛날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위해 한양으로 향하거나 급제후 금의환향하며 걸었을 그길을 걸어본다.

  우거진 숲에는 단풍이 곱게 단장한 모습으로 길손을 반기고 책바위의 전설과 옛 선비들의 시를 새겨놓은 목판 등 여기저기 선조들의 숨결이 밴 흔적들을 만날 수 있다. 잠시 후 다시 만나는 넓직한 흙길을 한참 내려가니 왼편으로 동화원이 나타난다. 제2관문으로 이어지는 큰길을 버리고 동화원쪽으로 방향을 틀어 들어서니 넓은 광장에 회사원들이 엠티를 왔는지 왕왕거리는 엠프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시끄럽게 해 기분이 상한다.

  동화원쪽에서 오르면 부봉의 제6봉부터 만난다. 시원하게 하늘로 쭉쭉 뻗은 나무숲을 지나 된비알로 오르면 한참후에 암릉의 시작을 알리는 밧줄구간과 릿지를 만난다. 제6봉 정상에서는 제3관문과 신선봉 월악과 북바위산이 조망되고 남쪽으로 조령산 그리고 주흘산이 눈에 들어온다.

  날씨는 약간 흐리지만 시계가 깨끗해 조망이 시원하게 열린다. 엄청나게 큰 하나의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의 소나무 아래에서 시원하게 펼쳐진 산하를 보며 삼삼오오 어울려 점심식사를 하고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제6봉에서 내려서는 길은 미끄러운 바위와 오버행 구간이 있어 약간 위험하지만 조금만 조심하면 문제는 없다. 제5봉은 금방이다. 바위뿐인 정상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독야청청하다. 제6봉쪽을 보니 후미의 회원들이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제4봉 정상쪽은 출입금지 표시판이 막고 있어 우회로를 탄다. 제3봉에 올라서면 주흘산이 한껏 가까워 보인다. 소나무 고사목에 노란리본 하나가 매달린 3봉 정상에서 내려서는 길도 짧지만 직벽의 밧줄구간이다. 겁먹은 여자회원들이 한참을 지체한다. 멋진 소나무와 미륵바위가 있는 제2봉을 지나고 부봉정상인 제1봉에 도착하니 두시 반이 조금 넘었다. 이정표를 보니 지나 온 동화원까지 2.9키로, 주흘산은 3.9키로 남았고 2시간 20분 소요, 그 옆으로 부봉에 대한 설명과 백두대간이 이곳을 지나 산객들의 발길이 제일 많이 닿는다는 안내문이 서있다.

  부봉을 내려서니 단풍나무가 드문드문 모습을 보인다. 부봉 바로 아래 이정표에서 만난 백두대간길은 조령산에서 제3관문을 지나 마패봉과 북문을 거쳐 이곳에 이르고 영봉으로 가는 능선을 따르다가 중간지점에 있는 960봉에서 왼쪽으로 갈라져 하늘재로 빠져나간다. 영봉을 지나 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완만한 경사의 숲길로 왼쪽으로는 천길 단애의 낭떠러지이고 오른쪽은 조곡천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흘러 내린다. 도중에 만나는 전망대에서 보는 북쪽 조망이 기가 막히도록  좋다. 월악산과 북바위산 만수봉 포암산 월항삼봉 등 남성을 닮은 근육질의 암봉들이 위용을 뽐낸다.

  부봉에서 주흘 영봉까지는 약 1시간 15분이 걸리고 주봉까지는 다시 30분이 걸린다. 주봉에서 혜국사로 이어지는 길은 급경사로 내려섰다가 잠시후에 궁궐터를 지나고 다시 흙먼지 날리는 경사길을 내려오다 약수터를 만난다. 너덜겅이 이어지는 내리막길은 긴 산행으로 지친 다리를 더욱 힘들게 한다. 산속 계곡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혜국사를 지나고 여궁폭포를 왼쪽으로 보면서 그냥 지나친다.

  폐쇠된 산장을 지나고 곧이어 조령제1관문에 도착한다. 어둑어둑한 광장에 사람들이 많이 붐빈다. 관문을 빠져나오니 사과축제가 열리고 있어 좌우로 불을 밝힌 판매부스가 줄지어 서있고 물건을 파는 사람과 관광객들로 왁자하다.

  주차장까지 이어진 야시장을 천천히 구경을 하면서 걸어 내려와 버스를 기다리면서 대충 땀을 씻고 산행을 같이 한 회원들과 오늘 산행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으며 주최측에서 준비한 맛있는 떡국과 하산주로 허기와 갈증을 달랜다. 산행이 예상보다 늦어져 어둠속에 갇힌 회원이 몇 명있어서 산행대장이 다시 올라갔다 오느라 많이 늦어지긴 했지만 별다른 사고없이 무사히 일정을 마치고 출발한다.

  처음으로 찾은 문경새재의 부봉과 주흘산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냥 눈으로만 �어본 신선봉 마패봉 조령산도 다음 기회에 꼭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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